불이배움터이야기

< 나름 책소개>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1,094 2016.12.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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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천주희. 사이행성(2016)

 

도서관에 가면 새로운 책 소개를 쓱 훑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매번 눈길을 끄는 책들이 있다. 읽지 않아도 빌려오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책을 빌려왔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책을 읽는 내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 책은 오늘날 대출 받아서 대학 가는 일이 당연해져 버린 사회에 대한 비판서다.(20)”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나 또한 아직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는 상황과 그 금액이 나의 삶에서 저축을 유예하게 하고, 친구와 선후배의 결혼소식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에서 동시대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 학생과 부모가 대학을 경제적 불안을 해소하는 전략이자, 막연한 미래를 해결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사회에서 낙오하거나 도태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여 대학에 간다면 더 빈곤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학생 개인을 이 사회에서 탈락되지 않는 존재로 만들고 싶다면 다른 삶의 기술을 찾아야 한다(260~264)고 말하고 있다.

요즘 흥미롭게 보고 있는 학력의 경제학’(니시카와 준)이라는 책에서도 말하는 결은 다르지만 세월이 변해 어째서 대학 진학 같은 데 손을 대는 거지? 조금 더 착실하게 돈을 버는 방법도 있잖아라고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대안교육하기 참 좋은 시대가 된 것 같다. 불이학교만 생각해보더라도 불이학교의 교육은 자기주도적 학습, 협업, 융합, 의사사통, 평화감수성, 마음챙김, 인턴쉽, 협동조합, 대안대학 탐방등을 공부하고 있는데 반해, 제도권 인문계 학교에서 진로교육이란 대학진학밖에 없으며, 교과 내용도 21세기에 필요한 내용이라고 하는 학제간 연구, 전통적 지식, 현대적 지식, 창의력,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협업, 행동하고 세계에 참여하는 방법, 마음챙김, 호기심, 용기, 회복탄력성, 윤리성, 리더쉽, 반영하고 적응하는 방법(4차원 교육, 4차원 미래 역량 : 찰스 파델 외 2)’중에서 전통적 지식만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대학에 관한 지료를 몇 개 더 이야기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2016년 기준 한국교육개발원의 고등교육 진학률 통계를 보면 69.8%. 저자 기준으로 살펴본 대학 생활에 필요한 등록금, 대학생활비, 의식주 비용을 포함한 기본 비용은 11330만원,(27). 석사과정까지 마치려면 8,110만원이 추가로 더 필요하다(29).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각국의 민간부담 교육비는(2011년 기준) 한국은 70%를 넘고 있으며, 미국은 60% 중반, 독일은 10% 중반,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는 한 자리 숫자로 민간이 부담하고 있다. 10명중 7명이 대학을 가는데 반해,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지술이 적절한 노동환경 이어지지 않는 노동력 미스매치 지수(OECD, 2013)'는 세계 8위다. 2005~2014년까지 학자금 대출 규모는 누적액 2392044800만 원, 대출 인원으로는 6,854,522(한국장학재단, 2014 통계연보)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우리나라에서 빚내서 대학 가는데,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과는 무관한 일을 할 확률은 세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일을 해도 88만원 세대로 진입하기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는커녕,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을 갚기 위해서는 먹을꺼리는 줄여야 한다.

 

저자는 대학가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부채, 학자금 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비용을 학자금 대출이라는 금융상품으로 대체하는 시스템을 만든 주체(금융권, 정부)가 누구인지 분명해야 한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학자금 대출이 복지가 아니라 금융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과정은 대학생을 채무자로 만들고 있는 이 사회에 책임을 묻고, 교육을 공적인 것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그 다음에 대학에 대한 상상력을 전환해야 한다고 한다. 대학교육 비용을 국가나 공적 영역에서 부담하고 책임지자고 한다. 지금까지 대학교육은 사적 영역에서 비용을 부담해왔기에 개인의 투자에 의한 학력자본으로 인식해 온 것을 사회적 지식을 생산하는 곳으로 보자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에 대해서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신의 빚을 객관화해서 바라보자고 한다. 학자금 대출은 집이 가난해서 빌린 것이 아니라 대학교육을 받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빌린 것이다. 나의 교육권을 위해, 나는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고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저항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카페, 독서실을 가면 청년들이 가득하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갈 곳이 없거나 대학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놀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학이 아니라도 사회적 비용과 권리와 쓸모를 스스로 익힐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고 한다. 언제든지 머물고 실험하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면 대학을 벗어나서도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도전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대학교육의 공공화 과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청년세대에게 기본소득 등 사회적 배당금을 지급하여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야 생애 기획에 있어서 대학의 학제나 취직에 맞춰 시공간을 제약하는 것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워 질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실업률이 증가하니 일자리를 늘린다고 하는데 죄다 저임금에다 계약직이다. 그럴 바에야 일자리를 늘릴 것이 아니라, 청년들 스스로 자립해서 각자의 일을 찾아가도록 지원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 창출한다고 만들어질 일자리였으면, 진작 노동개혁이 일어났을꺼라고 하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부모세대에게 말한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지는 자식 세대에게 모멸감을 물려줄 것이냐고 말이다. 학자금 대출은 대학()생이 수혜를 입는 것이 아니라, 금융권과 투자자, 비싼 등록금을 거둬들이는 대학에 수혜를 주는 것이며, 그들의 이익을 사회 전체가 손해를 감당하는 것이 고등교육 비용의 실체라고 말한다. 당신의 침묵이 당신의 인생과 자녀세대와 이웃의 아이들을 학생-채무자로 만들고, 그런 사회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위에서 했던 이야기지만, 날이 갈수록 대안교육이 활성화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런데 대안교육 또한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 나의 아이로 바라보고 접근해서 내 아이에게 무언가 하나라도 더 하려고 한다면 푸릇푸릇한 언덕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더 없이 아름다운 낭떠러지로 갈 것이다. 교사와 부모들은 우리 아이의 관점을 가지고,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졸업 이후의 삶에서도 각자 해결하기보다 어떤 공간이 졸업생들에게 필요할까 라는 졸업생 부모 모임이 있있으면 좋겠다. 각자의 불안이 있으면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각자도생의 길보다 공동체에게 나는 이런 불안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학기 시작하기 전 7기는 아이들 이야기하는 자리 말고, 부모와 교사가 함께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져볼까라는 생각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참고도서

- 노오력의 배신(조한혜정 외). 창비

- 학력의 경제학(니시카와 준). 사과나무

- 4차원 교육 4차원 미래역량(찰스 파델 외). 새로온 봄.

 

 

댓글목록

밥풀님의 댓글

좋은 책 소개와 샘의 고민 잘 읽었습니다.
대안교육과 대안진로..대안적인 삶..

자본주의 체제에 살지만, 자본주의 종속을 최소화 하면서 주체적인 삶을
사는 행복을 누릴 대안..권리찾기를 같이 얘기해보면 좋겠네요..
혼자는 힘들어도 여럿이 함께 면 덜 외롭고 서로 든든함을 줄 수 있겠네요.

강아지똥님의 댓글

[나름] 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줄 알았는데 ㅠㅠ

"푸릇푸릇한 언덕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더 없이 아름다운 낭떠러지로 갈 것이다"
얼굴이 까매서 문체부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줄 알았는데 ....
멋진 글을 쓰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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