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팽목항에서 여인(남겨진 사람)을 만나다..
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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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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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서 여인(남겨진 사람)을 만나다..
벽화그리기를 해서 피곤했지만 아침일찍 일어나 광주역에서 7시 기차를 타고 목포로 향했습니다.
목포역에서 목포버스터미널로, 진도로 또 버스를 계속해서 갈아탔습니다.
팽목항(현 진도항)을 가기위해서죠.
버스안 진도 주민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방언석인 말씀을 배경음악으로 삼으며 긴시간 이동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차창으로 보이는 진도는 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여행으로 오고 싶은 곳이었어요.
진도는 세월호 참사이후로 관광객 수가 급감했다고 합니다.
팽목항은 아직 배가 다니기 때문에 약 1시간마다 진도버스터미널에서 버스가 다닙니다.
하지만 11시 경과 2시 사이 버스는 없으니 참고해야합니다.
그렇게 팽목항에 도착했습니다. 믿기 힘들지만..
뜨거운 가슴처럼 빠알간 색이 칠해진 등대로 천천히 걸어갑니다.
아이들 마음도 무거웠겠지만 제가 사진을 많이 부탁했습니다. 불이학교 친구들이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램으로요.
세월호 침몰지역은 팽목항에서 멀고도 멉니다. 사실 작은 섬들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천천히 둘어봅니다.
왼쪽에는 전국의 아이들과 성인들의 메세지를 담은 타일이 있고, 오른쪽에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노오란 리본들의 색이 많이 바랬습니다. 팽목항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지 저희뿐이었습니다.
종소리가 귓가에 구슬프게 맴돌았습니다.
이 타일에 그려진 '천개의 바람이 되어'란 노래를 보니
갑자기 불이학교에 처음와서 관객으로 참석했던 2015 겨울불이야가 떠올랐습니다.
그 때 3기 학생들이 수화와 함께 불렀던 이 노래를 들으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눈가를 적시는 타일도 있습니다. 유난히 반짝이는 타일도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이 걸어둔 현수막은 차마 눈으로 읽기도 힘들었습니다.
등대 앞에 섰습니다. 무거운 마음이지만 사진을 찍었습니다.
등대옆에는 하늘나라 우체통도 있었습니다.
바람이 정말 세찼습니다.
눈물이 나면 그대로 마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불이학교 전교생과 교사들의 메세지를 적은 현수막을 펼쳤습니다.
여전히 바람을 멈출줄 모릅니다.
겨우 현수막을 걸었지만, 얼마지 않아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다음에 올 때는 튼튼한 현수막을 준비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바다에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더 전하고 싶어
등대와 아주 가까이 현수막을 메달고 잠시 침묵에 잠깁니다.
다음으로 조금 걸어 세월호 팽목 분향소로 향했습니다.
외로워 보이는 분향소였습니다.
분향소 안에는 기억팔찌, 스티커, 방명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탕도 있었습니다.
사탕은 왜 있을까요.
저 개인적으로 오는 버스안에 사탕을 입에 넣어야만 쓰라린 마음이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분향소를 지키고 계신 한 분이 저희 아이들을 보더니 팔찌를 더 채워두셨습니다.
눈가가 촉촉해진 모습을 보니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보니 더 생각이 나신걸까요..
분향소는 단체로 들어가지 않고 한명씩 들어가게 했습니다.
혼자서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며, 다른이의 슬픔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어제 벽화로 그린 국화가 생각납니다.
아이들이 한명씩 들어가서 각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을, 누군가는 짧은 시간을 수 백개의 영정사진 앞에서 말을 잃었습니다.
모두가 느낀 슬픔의 깊이는 다 같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향소를 지키고 계신 가족분(예상)께 인터뷰를 청하지는 못했습니다. 차마 그것까지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주시고 잠시 쉴 수 있는 공간도 열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상자료가 있다고 하셨는데 버스시간이 명확하지 않아 보지 못해서 죄송스러웠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팽목항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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