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배움터이야기

막걸리 내린 날 - '땅에서 삶을 짓다'를 읽고

1,104 2016.05.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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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은 나에게 중요한 가치다.

언제 어디서든 먹을꺼리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떤 환경에서든 최소한의 마음의 든든함을 가지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막걸리를 담았다. 그 후에는 더치커피를 만들었다.

기호식품이기에 꼭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의의를 두고 있다.

 

오늘 막걸리를 꺼내었다.

결과는 실패다. 시큼한 맛이 너무 강하다.

원인을 생각해보면 밤하늘 별과 같을 정도다. 고두밥 짓기, 온도 적정 수준 유지하기 등등

어떻게든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보고자 냉장고에 장기숙성을 하기로 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주말동안에 땅에서 삶을 짓다라는 책을 보고 자립에 대해서 다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은 나의 생활에 자립적 영역에 대해서 소홀해지는 것 같다(나는 그렇다). 어느 정도 일정한 급여가 정기적인 날에 들어오고 필요한 것은 주변에 어디에서든 판매하기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구매하려 하기 때문이다. 구매하는 것이 나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다만, 모든 것을 소비하거나, 소비력을 높이기 위해서만 살아간다면 나는 이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상당히 괴로운 삶을 살게 될꺼라 생각한다.

 

각설하고, ‘땅에서 삶을 짓다를 보면서 자립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그것보다 교육에 관한 생각이 더 많이 떠올랐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늘 일과 관련된 생각들을 많이 한다.

 

책을 읽으면서 학교 교육은 왜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학교 안 다녀도 공부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학교 교육을 왜 할까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혼자 생각해보기에 학교 교육은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한 교양을 배우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나의 소질과 적성을 탐색하기 위해서,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좋은 모델을 찾기 위해서정도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잘 이루어지는 것일까? 최소한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대안교육은 이런 것을 하고 있는가? 하고 있기는 한데 마음 한구석에 늘 불안한 마음을 달고 다니는 것 같다. 삶의 풍요보다 진로와 취업에 더 마음이 가서 염려와 걱정과 불안이 하늘의 구름처럼 두둥실 떠다니는 것 같다. 지금 현재에 충분히 즐겁게 지내는 것보다, 왠지 진로와 삶에 대해서 책임져야 할 것 같다. 진로와 삶에 대해서 충분히 같이 고민은 할 수 있는데, 자꾸 내 마음은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된다. 대학을 취업양성소가 되어 간다고 비판하듯이, 현재에 충분히 즐겁게 지내지 못하고 취업에만(대학 또한 무엇을 하고 싶어서 선택하는가가 아니라, 대학이 먹고 살기에 좋은 선택지라면 대학진학 또한 취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고민한다면 취업양성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현대사회의 어려움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다. 일자리는 제한적이고, 대안학교는 사회에서 너무나 좁은 문이다. 더불어 지금 사회에서 요구하는 조건(학위, 자격증, 영어)과는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르게 공부했으면 다르게 풀 수 있는 것도 고민해보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을 때 이 책은 좋은 것 같다. 굳이 서울, 경기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각자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보고 있다. 낭만적으로 살아갈 것 같지만, 현실사회의 엄중함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강원도 정선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준 진현준씨 사례를 보면 현실사회의 엄중함을 몸서리쳐지게 느껴지는 글들이 나온다.

세 명이 지냈던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있으려니 강원도의 적막한 겨울이 더 없이 외로웠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적정기술이었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 부딪히다 보니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친구들에게 적정기술 하러 시골에 남겠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농담조로 걱정기술아니냐는 말을 하곤 했는데 정말 적정기술이 걱정거리가 되어 버렸다.

이 사례는 시골에서 산다는 것이 그냥 꿈만 꾸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충분히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사실, 고등선택 수업인 ‘Wild Life'수업에서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 내려놓고 있다.

 

, 글을 쓰다보면 늘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미약한 순간들이 자주 있다. 지금도 그러하다. 밤이 되니 자고 싶다는 생각에 그만 적고 싶어서 급 마무리를 하게 된다.

 

무튼, 이 책을 읽고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보면서 마음의 든든함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부모나 교사의 기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 그대로 말이다. 아직 미약한 삶의 시간들을 보내왔지만, 진로라는 것이 꾸준히 변화하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정여울씨는 공부할 권리라는 책에서 공부란 자격증과 스펙을 위한 쓸쓸한 공부가 아닌,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할 권리를 되찾는 마음의 여정, 공부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권리를 되찾는 마음의 여정이라고 했다. 우리의 공부도 각자의 정의를 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목록

하니☆님의 댓글

늘 생각하게 만드는 생강샘의 글!
 “땅에서 삶을 짓다” 읽어보겠습니다~~

메아리님의 댓글

그 막걸리 함께 마실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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