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배움터이야기

불이 여름캠프 여름아 놀자 1일차 이야기입니다. - 댓글 달아주세요 - 아이들에게 전달됩니다.

1,050 2017.08.08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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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여름캠프 [여름아 놀자]

 

1일차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둥마는둥, 이리저리 딩굴다가 학교로 후다닥 짐을 들고 왔습니다. 오늘이 여름방학 캠프를 시작하는 날이라 깨진 생체리듬을 부여잡고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온 아이들도 있었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제 하루종일 달구어진 학교의 뜨거운 내음을 맡으면서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이 한명 두명씩 오고 1020분이 지나 모둠을 말해주고, 모둠별 담당 교사를 발표해 주었습니다. 처음이라 떨떠름, 다들 자신의 발톱을 감춘 고양이처럼 조심조심 행동했습니다.

우리가 먹을, 해 먹을 메뉴를 짜는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통 크게 삼겹살이요. 해서... 몇근 사기로 했습니다. 빠른 결정으로 메뉴를 짠 후 모두가 다 함께 원당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가격을 흥정하기엔 어린 나이라 사장님께서 한 개 더 주면 감사하고, 아니면 그냥 제값다 주고 사오는 거였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점심을 먹으러 다시 원당시장의 메뉴를 골랐습니다. 간단한 분식을 먹은 모둠부터 베트남 국수를 먹은 모둠까지 다양했습니다.

학교에 돌아와 짐 정리를 하고 우린 이색 김밥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복불복으로 김밥안에 들어갈 메뉴를 고르는 거였죠. 햄 보다는 소시지를 먹고 싶어한 모둠이었지만, 그 모둠은 결국엔 초코 맛이 나는 빼빼로 과자를 넣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조는 매콤한 맛 스낵을, 바비큐 맛 과자를 부셔서 넣고, 재료를 다듬고 남은 생양파를 넣어준 김밥도 있었습니다. 3줄씩 만들어서 왼쪽과 오른쪽 모둠에게... 그리고 한 줄은 우리가... 후추를 많이 뿌려 너무 톡 쏘는 김밥부터 예상과는 달리 감자칩 과자를 부숴 넣은 김밥이 은근히 맛이 있었네요. 많은 인원의 밥을 하다 보니 밥이 약간 꼬들꼬들한 밥이 되어서 김밥이 잘 붙지 않아 김밥 옆구리가 많이 터지는 경우도 종종있었습니다. 아예 비빔밥을 해 먹어버린 모둠도 있었네요. 김밥을 말다가 터저버린 김밥을 먹는 모습이 [몇일 굶은 난민]처럼 남학생들은 손으로 주어 먹기까지도 했었습니다. 큼직하게 썰어서 옆 친구에 넣어주고... 생양파와 고추기름에 눈물 한번 흘려가며 처음 맛 보는 김밥을 음미 했습니다. 양파를 다듬다가 모둠의 구성원이 모두 울어버린 눈물의 모둠도 있었습니다. 뒷정리까지 하고 올라와 약간의 자유시간

벌써 친해져서인지 남학생들은 이리저리 딩굴고, 여학생들은 수다와 함께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소리가 학교 안에서 크게 울렸습니다.

미술놀이에서는 큰 종이에 우리가 만드는 마을을 그려보는 시간입니다. 각 모둠 마다 테마를 만들고, 그 테마에 맞게 함께 그려나가는 시간입니다. 미세먼지가 많아 청정한 공기 자판기가 있는 그림, 땅은 다 오염되어서 지하도시를 만들어 살 수밖에 없는 그림, 우주로 나가버린 도시, 군것질을 평생 할 수 있는 마을, 놀이공원의 기구를 원없이 탈 수 있는 행복한 마을, 풍력 발전소와 태양관 발전소로 환경이 깨끗한 마을, 전기가 3800kW 나온대요. 많은건가요? ^^ 행복한 마음에서 행복한 순간은 화장실에서 응가...... 결국엔 그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하는 아이와 그건 너만의 행복이라고 반대하는 아이들끼리의 의견대립. 결국 모든 그림에 자신의 변기를 그리기로 합의. 폭포수가 있는 마을에 폭포를 이용하여 수력 발전을 하는 마을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풍부합니다. 보고 있기만 해도 흐뭇한 그림이 나오네요. (그림은 사진을 찍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각 모둠 마다 짰던 저녁 메뉴. 간단하게 백반 먹자 하는 모둠부터 스파게티를 해 먹은 모둠, 부대찌개와 김치찌개 결국엔 김치찌개가 부대찌개로 변해버린 것을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다른 조가 다 먹고 치우고 올라간 시간에 느긋하게 닭을 삶고 채소를 넣고... 그렇게 닭 볶음탕을 만들어 먹은 모둠까지...

자유시간에는 아이들과 보드게임도 하고, 신나게 수다도 떨면서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지금 오늘 하루를 적는 이 시간까지도 솔직히 옆 방에서는 아이들의 말 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네요. 간단하게 간식을 먹은 후에 씻고... 전 별로 안 찝찝해요 라고 주장하는 남학생 3명은 결국 제 손에 붙잡혀 샤워를 하기로 했죠. 아침 일찍 일어나 밖에서 뛰어 놀아도 돼요? 라고 하는 아이들이 있어 벌써 잠들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성장합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아이들은 놀때가 가장 행복하고 가장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A를 주고 싶어도 아이들의 시선과 생각은 B를 받아들이고 C로 해석한다면 A를 준 어른이 틀린 것이 아니라 아이는 그냥 BC로 받아들이는구나. 억지로 이것도 봐봐, 이것도 먹어봐 라고 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하루종일 들려서 피곤한 기색도 없이 하루를 마감하려합니다.

 

무더운 여름 밤. 우리가 그린 그림처럼, 미세먼지도 없고, 태양광으로 어마어마한 전기도 만들고, 땅이 오염되어 지하로 숨지 않는... 마음껏 군것질도 할 수 있는 ... 바로 행복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한 마을을 꿈꾸면서 잠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꿈이 밝게 빛나는 밤 하늘에 그대로 녹아 내리는 여름밤이었습니다.

여름캠프 1일차 ... 한 바탕 크게 웃으면서 마감합니다. ^^

 

- 201788일 밤이 더 깊어지기 전 -

 

댓글목록

이주님의 댓글

사진만으론 궁금한 내용이 많았는데 이렇게 글로 정리해주시니 아이의 표정과 말투까지 상상이 되네요 ^^ 감사합니다
씻지 않겠다고 버틴 아이가 시우가 아니길 바라며 캠프가 즐거우면 더 많이 즐거움을 느끼고 오길~~잘 자고 내일도 멋진 하루가 되길

버들님의 댓글

여러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나누고 또 다른이의 의견도 귀기울여 주는 시간이 되길 바라고 사진과 글에서 웃고 울고 의견차이도 있었겠지만 서로 좋은 합의를 찾아 갈 듯한 모습들이 상상이 되는 하루인 것 같네요.^^

아들 푹 자고 있을 시간이니 내일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사랑한다~♡♡

별소녀님의 댓글

정말 생생하게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그려지네요.. 감사합니다.
지민이도 친구들과 함께 즐건 시간을 보내고 있어 넘 대견하네요.. 지민아 사랑해^^ 너 없는 동안 지연이하고는 쫌만 놀게 ㅋㅋㅋ

마루님의 댓글

아이들이 모여 자기 의견을 말하고 들으며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는 캠프 모습을 사진으로 보고 글로 읽어보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놀다가 오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들아~ 오늘 하루도 즐겁게 놀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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