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배움터이야기

불이 여름캠프 여름아 놀자 2일차 이야기입니다.

1,021 2017.08.1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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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캠프 여름아 놀자 2일차

 

벌써 1155분을 향해 가고 있는 시간. 아이들은 수다를 떨다가도 겨우내 잠이 든 시간입니다. 이제야 하루를 정리하려 하네요,

 

오늘은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하는 날입니다. 아침 기상 730분인데도 벌써 일어나 재잘 거리는 아이들과, 이제야 잠에서 깨어 반쯤 감은 눈으로 오늘 뭐하고 놀아요?” 라고 묻는 아이들. 여학생들은 하나둘씩 짝을 지어 세면을 하러 갔고 남학생들은 어제 씻었으니 오늘 아침은 패스...하는 분위기가 조금 있었습니다. 아침 기상 시간은 조용히 흘러가는 아직은 뜨거운 햇살 전의 시간이었습니다. 아침을 먹으러 식당을 향했죠. 아침은 대부분 간단하게 빵에 잼, 어느 모둠은 누텔라 초코잼을 듬뿍 발라서 우유와 함께. 시리얼을 먹는 모둠이 있었습니다. 아침을 대부분 간단하게 먹는 분위기네요.

아침에는 음악 놀이가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 보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죠. 신고 있는 슬리퍼 한짝을 박수 치듯 치면 하나의 좋은 타악기가 되기도 하구요. 플라스틱 접시에 나무젓가락으로 두들기면 훌륭한 플라스틱 꽹가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들은 내 주위에서 나를 표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학교를 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무렵 학교 주변에 말벌 집이 있는 것을 KT 아저씨께서 말씀 해주셔서 바로 119 전화. 말벌 집을 떼어버렸죠. 엄청난 크기의 말벌집이 학교 주변에 있었다니... 119 소방차를 신기하게 보면서... 그 주변으로는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여 자신이 찾고 싶은 악기를 못 찾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10분만에 벌집은 없어지고 아이들은 모둠끼리 모여 자신의 소리로 모둠별 비트를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쿵짝. 쿵쿵짝... 쿠쿵쿠쿵.. 짝짝..

자신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옆사람의 소리를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옆사람이 쿵짝 하면 나는 그 박자에 맞추어 쿵쿵짝... 할 수 있어야 하죠. 그리고 3번째 사람은 1,2번의 사람 소리에... 그렇게 한 모둠이 박자를 맞추어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하였습니다. 30분 만에 완성한 비트입니다. 너무 멋진 소리도 아닌... 그냥 우리 주변에서 나는 소리인데...

멋진 화음이 나오는 걸 보니... 아이들도 신기해 하였죠.

내 목소리를, 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마음을 읽어야 나 또한 그 박자에 맞추어 말을 할 수 있다는 진리를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깊은 배움을 알랑가 모르겠네요. 아직은 어리니까요. 커가면서 오늘 했던 음악 놀이, 함께 화음 맞추어 보기가 생각이 날 것입니다. 내 목소리만 크면 화음이 절대 나올 수 없음을...

(벌집 떼는 소방 아저씨 도와드리러 왔다갔다 하다가 사진을 전혀 못찍었네요. ㅜㅜ)

 

모둠별로 나와서 발표를 했습니다. 정말 간단하 1분짜리 발표였지만 열심히 화음연습을 한 것이 보이네요. 그리고 교실로 들어와 자유시간. 점심을 먹기 전 잠깐의 여유죠. 아이들은 잠깐의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고 바로 보드게임을 가져 왔습니다. 불이학교가 가지고 있는 보드게임이 125개입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모르는 게임이고, 부루마블 정도만 알고 있었죠. 새롭게 알아간 게임이 벌써 5개 정도입니다. 혼자 노는데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보드게임이 너무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3~5명이서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다는... 아이들은 제각각 하우스룰(?)을 만들어 게임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안에 공정한 룰이 있고, 이기고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다고 누굴 뭐라 하지 않고 이겼다고 너무 환호 하지는 않았죠. 그저 게임은 게임일 뿐... 대부분의 게임이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게임이라서 처음 게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보드게임은 밤까지 이어졌습니다. ^^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향했습니다. 어제 재어 놓은 불고기가 아이들을 미치게 만들었죠. 참 고마운 것이 그 모둠은 모든 모둠에게 불고기를 나눠주었습니다. 크림 스파게티를 하는 모둠과 떡볶이를 만드는 모둠, 그냥 편하게 라면을 끓여 먹은 모둠도 있네요. 하지만 대부분 서로 주고 받으면서 나눠 먹는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시간대가 낮이라 아이들이 낮에 밥을 해 먹는 것이 조금은 곤욕스러운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 오후에 먹을 간식을 사러 다른 선생님은 잠시 나갔다 오시고 아이들은 이를 닦고 또 보드게임.

오후에는 물놀이가 있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물놀이장입니다. 수영장이 아니라서... 멀리 계곡을 가기에도 여의치 않아 학교에서 물을 받아서 신나게 노는 것이 더 좋더라구요. 물풍선을 만들고 모둠별 던져서 받는 게임을 했습니다. 가위바위보를 져서 손이 아닌 바가지로 받아야 하는 모둠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하나 둘씩 물 안으로 들어가고 옷이 물에 젖어 들쯤 아이들의 물장난 공격 대상이 교사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빠지고 뒹구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사들이 적이 되어서 모두가 함께 공격하고... 바가지로 물을 퍼서 저희들에게 뿌리고 도망가는 아이들... 함께 입수하면서 자폭 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날이 더워서 물 안은 너무나도 시원했습니다. 신나게 뛰어 놀은 후에 샤워를 하고 다음 놀이가 있기 까지 좀 쉬기로 했습니다.

 

오후에는 전통 놀이를 하였습니다. 민속촌에가야 볼 수 있는 투호부터 아빠들은 대부분 해 봤을 구슬치기, 제기차기를 하고 놀았습니다. 내 구슬이 다른 구슬을 맞췄을 때 그 소리와 함께 올라오는 희열. 그걸 아이들은 알까 모르죠. 제기는 3개 이상 차는 것이 왜이리 힘든지... 남학생들은 그래도 대여섯개 까지 가는 아이들이 있네요. 제기차기 규칙도 여러 가지가 있어 그런것도 가르쳐 주었지만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먼 과거 이야기로만 들리나 봅니다. 불과 1980, 90년대 였는데도... 30년이 너무나도 빠른 변화를 겪으면서 지나가서인지 모두가 밖에 나와 함께 어울렸던 옛날이 더 정이 깊었던 시절 같았습니다. 석양이 지고 저녁 어스름이 우리를 덮을 때즈음 OO야 노올자~~ 하면서 밖에서 불러서... 학원도 그다지 많이 다니지도 않았던 시절. 놀기 위한 준비불은 그저 땅위에 줄을 긋기 위한 분필, 그리고 운동화, 고무줄과 팽이, 제기, 구슬이면 다였죠. 지금 아이들의 놀이 문화는 어떠한지 다시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 같이 아이스크림 간식을 한 개씩 먹은 후 저녁시간까지 잠시 시간이 남아 있었죠. 역시 새로운 보드게임 가르쳐 달라고 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저녁에는 모두가 함께 하는 삼겹살을 구워 먹는 시간입니다. 모기에 물릴까봐 밖에서 굽지를 못하고 식당 안에서 구웠더니 냄새가 장난 아니네요. 김치도 구워서 주었는데... 아이들은 그다지 배가 안 고픈 것인지 많이 먹는 아이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이 남아서 뒷정리를 하면서 좀 구워 먹었죠. ^^

 

저녁을 먹은 후에 세면을 하러 가고 다른 아이들은 보드게임에 푸욱 빠져버린 모양입니다.

10시 반이 되어서야 보드게임을 끝을 내고 다같이 침낭을 펼치고... 하지만 아직 자기에는 아쉬운 시간인가 봅니다. 수다수다...를 하고 싶은 아이들이 많아 잠을 자고 싶은 아이들은 조금 불편해 하기도 하였죠. 밖에 나와 좀 더 이야기를 하다가 들어간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네요. 놀기에도 체력이 필요한가 봅니다. 낮잠 한 번 안 자고 하루 종일 뛰노는 대단한 체력. 원없이 뛰어 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시간제약도 있었고... 모두가 함께 움직이다 보니...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라는 동요 노랫말처럼 아이들은 ~ 내일 벌써 집에 가라는 소리가 조금은 들리네요.

 

약간 소심하거나 조용한 아이들은 내일이 기다려질지도 모르죠. 모르는 친구들과 만난지 이제 2일인데... 좀 친해지려하면 떠날 시간이면서도 또 후다닥 집에서 푹 쉬고 싶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죠.

아이들은 놀 때 가장 창의적이 되죠. 또한 놀 때 문제해결능력도 커지구요. 사회성이야 당연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나의 어떤 역량을 키우기 위해 배우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함께 어울려 놀기 아닐까요? ^^

 

코고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아이들은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아침에 배운 화음을 맞춰 내는 것처럼...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는 모두가 배려하고 나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도 함께 소리낼 수 있는 그런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종일 웃음이 끊기지 않았던 날이 저물고 또 다른 웃음을 찾으러 떠나겠네요.

달이 밝은 밤입니다. 바람소리는 서서히 가을을 부르는 느낌이 드는 날이네요. 여름캠프 2일차였습니다. ^^

 

201789

 

댓글목록

버들님의 댓글

요즘 말벌집이 문제가 많은데 아이들 안전에 애써 주셔서 감사해요.보드게임 좋아 하는데 글만 읽어도 재미있게 놀았을 모습과 놀이에 지쳐서 코골며 잠이 들었을 모습이 떠올라 웃음지어 보네요.
마무리까지 잘 부탁 드리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울강아지~이따가 보자~사랑해~

마루님의 댓글

무더운 날씨에 아이들과 함께 24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이 쉽지 않은데 재미있는 보드게임까지 아이들과 하루를 잘 마무리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큰 말벌집을 실제로 보게 되어 무척 신기해 했을 표정이 상상되네요. 아마도 집으로 돌아오면 수다로 한참을 보낼 듯 합니다.

시우야~ 집에 오면 재미있는 보드게임 아빠도 알려줘~

마법사님의 댓글

아들 보드게임이랑 물놀이도 하고  좋았겠네
보고 싶은 아들 너 좋아하는 고기 사줄게~^^

선생님들 그리고 지원 학생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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