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

불이학당

1,641 2013.12.19 14:56

짧은주소

본문

닭은 왜 길을 건넜는가?

"Why did the chicken cross the road? To get to the other side." 라는 농담은 서양 조크 문화의 시조라면 시조인 고전 농담이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대충 "닭은 왜 길을 건넜는가? 반대편으로 가기 위해서지." 쯤이 되는데, 여기서 '반대편' 이라 함은 영어로 '저 세상', 즉 사후 세계라는 뜻도 담고 있어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농담이라고 보면 되겠다.
몇 달 전에 한 위트 책에서 각종 서양 유명인들의 대사를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패러디한 글을 읽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김성주가 "닭이 왜 길을 건넜는지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라거나, 이병헌이 "단언컨대, 닭은 가장 완벽하게 길을 건너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하는 식으로 여러 유명인들의 대사를 패러디한 드립을 나열한 글이다. 그 글을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읽는 도중 이 질문에 철학자들이 대답한다면 어떨까 하고 문득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쳐지나갔었다. 그 잠깐동안 한 생각이 이 글을 쓰려고 소재를 갈구하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서.. 원래는 주제에서 조금 벗어나는 주제라고 느껴서 안 하려고 했지만 자유주제라고 한 점도 있고 안 하면 계속 생각날 것 같아서 써 보았다. 아삭샘이 넓은 아량으로 받아주실거라 믿으며.. 

소크라테스 : 닭은 그것이 옳다고 믿었기 때문에 옳은 일을 한 것이다.
플라톤 : 닭의 영원 불변한 이데아에는 걸을 수 있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 닭이 길을 건너는 목적 원인이 있을 것이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 : 정신은 육체를 지배한다. 닭이 길을 건넌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닭은 길을 건넌 것이다.
스피노자 : 모든 것은 자연이기에 자연 법칙에 따라 닭이 길을 건너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로크 : 닭이 여러 길을 보자 '길'이라는 관념이 생겼고, 여러 동물이 길을 건너는 것을 보자 '건너다'라는 관념이 생겼다. 비로소 닭에게는 길을 건널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므로 닭은 길을 건넜다.
흄 : 우리가 닭이 길을 건너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해서 닭이 길을 건너지 않는다는 법칙 자체를 경험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버클리 : 그것은 신이 '닭이 길을 건넌다'는 관념을 우리의 감각과 의식을 통해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칸트 : 닭에게는 도덕 법칙을 따를 수 있는 자유가 없다. 닭은 자신의 욕구나 본능에 충실하게 행동해서 길을 건넜을 것이다.
헤겔 : 모든 역사는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닭이 길을 건넌 것 이유도 그것이 더 합리적이고 나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키에르케고르 : 닭에게는 길을 건너는 것이 '주관적 진리'였기 때문이다. 닭에게 있어 이것은 이론적이나 학술적인 문제가 아닐 것이다.
마르크스 : 닭이 있는 곳에 길이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닭은 길을 건넌다는 발상을 해 낼 수 있었다.
다윈 : 닭은 종족의 존속을 위해 길을 건너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자연 도태의 법칙에 의해 길을 건널 줄 아는 닭만이 살아남았다.
프로이트 : 닭의 무의식 속에 암컷을 갈망하는 욕구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닭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암컷을 찾아 나서게 되어서 길을 건넜다.
댓글목록

아삭님의 댓글

참 잘 올리셨어요~

Total 1건 1 페이지
제목
채영 아이디로 검색 2013.12.19 1,642
월간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