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햇살보금자리 후기

1,738 2012.12.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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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행 후기
 우리 2기는 평화감수성 시간에 노숙인문제에 관하여 공부를 하면서 노숙인에 관련된 단체로 평화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추려진 노숙인단체가 빅이슈, 햇살 보금자리,민들레 국수집이었는데 빅이슈에서는 거절을
당했고, 나머지 두 곳중 우리와 취지가 더 잘 맞다고 생각되는 햇살보금자리에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나서 우리는 원당역에서 화정역으로 간 뒤 1082 버스를 타고 영등포시장에서 내려
햇살보금자리 다니엘선생님의 안내를 따라 햇살보금자리로 이동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내가 평소에 잘 모르던 노숙인 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한다는 것이 날 기대하게 만들었다.
 평소에는 '노숙인' 하면 떠오르는 것이 지하철역, 구걸 등 뭔가 세상의 어두운 부분이었고,
다가가기가 꺼려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그래서 햇살 보금자리에 가면
노숙인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노숙인에 관한 나의 지식들이 늘어나겠지하는 기대가
많이 되었다.
 햇살보금자리 본부(?)가 아닌 다른 건물에서 인터뷰 및 수업을 하게 되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렇지만 아쉬운 것도 잠시, 다니엘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햇살보금자리라는 단체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노숙인의 개념, 우리의 질문에 관한 것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셔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다들 열심히
집중했다. 1시간 정도 지나고 3시 반에 햇살보금자리의 최고책임자(?)가 오셔서 미리 준비해온
우리의 질문들에 상세하게 답해주셨다. 햇살보금자리가 있는 영등포와 타임스퀘어 등 주변 지역들에
얽힌 이야기, 노동운동의 역사 등을 말씀해주셨는데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이야기는 아니여서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도 있었지만 실감나게 잘 말씀해주셔서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들려주셔서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햇살 보금자리는 노숙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이라고 하셨는데, 쉼터랑은 조금 다른 목적을 가지는 단체였다.
쉼터는 노숙인들이 오랜 기간 숙식하며 자립을 하는 공간이라면, 햇살 보금자리는 영등포역 무료 급식, 응급구호,
노숙인상담 등을 하는 단체다. 쉼터와 시설은 같은 일을 하는 곳이고 말만 다른 줄 알았는데 꽤 큰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노숙이 길 로, 잠잘 숙 길에서 잠을 잔다는 뜻의 단어인줄 알았는데 이슬 로, 잠잘 숙이라는
한자를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풍찬노숙'의 그 노숙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나는 길 로, 잠잘 숙으로 알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무식하다니... 
 또, 노숙인이 길에서 당당하게 누워계시는 걸 본 적이 많아서 나는 노숙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노숙인들도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셔서 놀랐다.
물론 사람이라면 타인의 시선에 조금이라도 신경이 쓰이겠지만 왠지 길 위의 노숙인들은 시선을
별로 개의치 않아하는 눈치였다. 그렇지만 노숙인들이 서울역, 영등포역처럼 지하철역에 있는 이유는 지하철역은
행인들이 많아서 쳐다보는 시선이 적고, 금방 지나간다는 것이였다. 이 말을 듣고나니까 노숙인은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게 나의 큰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노숙인들을 구경하듯이 쳐다보았던 게 정말 부끄럽고 죄송했다.
내가 노숙인이었다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내 꼴이 창피해서 도망가고 싶었을 것 같다.
그리고 만약 내가 노숙을 하고 있는데 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과 마주치게 된다면 정말정말 수치스러울 것이다.
아마 '그 사람이 날 어떻게 보았을까?' '그 사람 눈에는 내가 한없이 초라한 거지처럼 보였겠지?' 이런 생각들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햇살보금자리에서 다니엘 선생님이 노숙인의 80~90%가 알코올중독자라고 하셨는데, 그걸 듣고 나니까 술값을 아껴서 모으면
나중에는 큰 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주 한 병값이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10일을 모으면 10000원도
넘는 돈일텐데 그걸 알고도 술을 마신다니. 술에 의지해서라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숙인 아저씨들이 이해되기는 하지만, 뭔가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런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물론 내 입장에서의 생각일 뿐이지만.
 햇살보금자리를 갔다오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내가 정말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이다. 나는 기댈 가족, 친구도 있지만 노숙인들은
거의 대인관계가 끊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나에게 기댈 사람이 없어진다면 삶의 일부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슬픔을 느끼게 될 것 같다. 그래서 노숙인들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숙인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삶을 들어보고 싶어졌다.
어떤 점이 내 삶과는 다른지, 노숙인들이 느끼는 세상은 어떨지 등등 궁금한 점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무료배식 봉사를 하면서 노숙인들과 대화를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노숙인들의 삶을 들어보면서 앞으로 좀더 노숙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들을 존중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또 노숙인들이 추운 겨울, 위급한 상황일 때 1~2일정도 머무를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생겼으면 좋겠다.
아직 노숙인들을 수용하기에는 장소가 너무 적고 협소하기 때문이다. 햇살 보금자리의 사정만 해도 하루 평균 100~150명 정도의 노숙인이 찾아오는데 그 중에서 70~80명 정도만 임시 쉼터에서 주무신다고 한다. 그러면 다른 곳들은 얼마나 심할까?
그렇기 때문에 시 또는 국가에서 지원을 해서  노숙인들이 잠시 머물러 갈 수 있는 쉼터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시민단체나 비영리단체들이 만들 수 있는 쉼터의 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가 지원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국가마저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노숙인들은 생명과 건강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쉼터 뿐만 아니라 무상 건강검진 같은
프로그램을 1년에 2번씩만이라도 실시한다면 노숙인들에게 큰 보탬이 될 것 같다. 일반 병원에 가기에는 돈이 부족할 뿐더러 타인의 시선이 가득하기 때문에 노숙인들만을 위한 무상 건강검진소가 꼭 있어야 한다. 
 집에 가는 길에 메아리가 어묵이랑 떡볶이를 사주셔서 너무 맛있게 잘 먹었고, 대화에 갈 일이 있어서 버스에서 내렸는데
대화역에 노숙을 하시는 아저씨가 계셨다. 그런데 예전과는 다르게 '저 아저씨 너무 불쌍하다...' 이런 생각이 아니라
'얼마나 힘드실까?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햇살 보금자리에 다녀와서 나타난 작은 변화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햇살보금자리에 가기 전에는 우리가 노숙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기부라고 생각했는데
햇살 보금자리에서는 노숙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관심 가지기, 배려 해주기 등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이 사소하고
어떻게 보면 무형의 것들이어서 내가 너무 물질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느껴졌다. 또 노숙인을 위한 봉사활동도 해보고 싶어졌다.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햇살보금자리에 다녀오고 나서 얻은 것과 느낀 것이 많은 것 같아 뿌듯하다.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끝~좀 짧은거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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