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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작품을 마치고 난 뒤/ 혜연

741 2017.09.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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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작품을 마치고 난 뒤.

 

마쳤다. 마쳤다라. 난 졸업 작품을 마쳤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나의 졸업 작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다들 졸업 작품을 마쳐 홀가분한 시점인 922. 나는 전혀 홀가분하지가 않다. 졸업 작품을 1학기 때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usb 안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졸업 작품 파일을 넣고, 졸업 작품 발표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산 하나를 오르다 만난 큰 바위를 겨우겨우 넘은 느낌이었다.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한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기한을 맞추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떠한 변명을 할 수 있을까. 이제 난 변명하기도 지쳐버렸다.

기한을 맞추는 것도 일종의 약속일 것이다. 내가 직접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이 학교에 들어오고,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나는 내 졸업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에게. 일종의 약속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약속을 어긴 것이다.

 

프로젝트 기한이 촉박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기한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정신상태가 문제였다. 정말 학교에 나오는 하루하루가 고비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도 내일 쉴까? 아니야 그래도 나가야지등의 생각을 했다. 글쎄, 학생회랑 졸업 작품을 병행하며 내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 모든 게 소용없단 생각이 매일매일 들었다.

 

졸업 작품은 정말 내 스스로가 나를 다잡고 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프로젝트였고, 내가 맡은 일 중 다른 이에게 비교적 피해를 덜 주는 프로젝트였다. 나만 속상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졸업작품을 후순위에 두었다.

(좀 더 치열하게 해서 기한 안에 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딱히 후순위로 뒀던 것에 후회는 안 한다.)

 

결국, 마감이 늦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도 나는 졸업작품을 붙잡고 있는 것을 힘겨워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내 글이 못났고, 졸업작품이 못났다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내 주제였던 불이학교에 대한 생각도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서론의 대명사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항상 마무리에 서툰 나. 졸업 작품마저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음울했다. 그러나 기한이 넘었다고 하여 졸업 작품을 마무리를 못한 채 졸업하고 싶지는 않았다. “졸업하기 이전에 한 가지의 결과물을 내는 것”. “2년 동안의 불이생활을 돌아보는 것에 의미를 뒀었던 졸업 작품을 늦었지만 마무리하려고 한다.`

 

1학기의 과정 속에서 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연습을 했고, 내가 감정적으로 힘들어도, 정해진 기한에 맞추는 연습을 했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내 생각을 글로써 풀어내는 연습을 했으며. 남이 무어라 하든, 내 졸업 작품을 가치 있게 생각하고자 했다.

내 졸업작품과 내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외에도 과정 상에서 얻은 건 여러가지가 있다.)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내 졸업 작품을 본인이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쌤들이 많은 조언을 주시겠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분명 있지만, 졸업 작품을 진행하는 것은 결국 본인이다. 많은 기대들을 다 채울 수는 없다. 너무 많은 것들을 넣고자 하기보다는, 내가 이 졸업 작품으로 하고픈 말이 무엇이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것에 초점을 맞추기를 바란다. 본인의 한계를 인정하고, 내 목표한 바를 내가 과연 진행할 수 있을까?도 미리 고민하면 좋겠다, (나는 너무 무리한 목표를 잡는 나 같은 친구들을 위해 조언한 것이고, 높은 목표를 잡아보는 시도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다음엔 꾸준한 시간을 정해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졸업 작품을 진행할 시간을 당신의 시간표에서 확보해놓길 바란다. 확보하고, 그 시간에는 꼭 진행하는 꾸준함을 키웠으면 한다.

또 힘든 거 인정하고, 당연히 힘들지만,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며 진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인내심과 끈기를 향상시킬 수 있을 좋은 경험.

언제 해보겠어?ㅎㅎ

 

그리고 나 잘 컸다.” 를 보여주는 게 졸업 작품 아닐까나. 잘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충분히 인정해주고. 결과물들이 썩 맘에 안 들 수 있지만. 결과물을 보면서 충분히 뿌듯해 해도 괜찮다. 수고했어. 토닥토닥.

 

다만,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 법.

너무 게으른 당신을 발견했다면, 이번 졸업 작품을 계기로 다음엔 부지런해져보자.

사회생활 나가면 얄짤 없을 수 있겠지만. 이런 거 배우려고 학교 다니는 거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인생 길다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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