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졸업작품을 마치고 난 뒤/ 혜연

735 2017.09.26 22:02

짧은주소

본문

졸업 작품을 마치고 난 뒤.

 

마쳤다. 마쳤다라. 난 졸업 작품을 마쳤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나의 졸업 작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다들 졸업 작품을 마쳐 홀가분한 시점인 922. 나는 전혀 홀가분하지가 않다. 졸업 작품을 1학기 때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usb 안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졸업 작품 파일을 넣고, 졸업 작품 발표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산 하나를 오르다 만난 큰 바위를 겨우겨우 넘은 느낌이었다.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한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기한을 맞추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떠한 변명을 할 수 있을까. 이제 난 변명하기도 지쳐버렸다.

기한을 맞추는 것도 일종의 약속일 것이다. 내가 직접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이 학교에 들어오고,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나는 내 졸업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에게. 일종의 약속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약속을 어긴 것이다.

 

프로젝트 기한이 촉박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기한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정신상태가 문제였다. 정말 학교에 나오는 하루하루가 고비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도 내일 쉴까? 아니야 그래도 나가야지등의 생각을 했다. 글쎄, 학생회랑 졸업 작품을 병행하며 내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 모든 게 소용없단 생각이 매일매일 들었다.

 

졸업 작품은 정말 내 스스로가 나를 다잡고 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프로젝트였고, 내가 맡은 일 중 다른 이에게 비교적 피해를 덜 주는 프로젝트였다. 나만 속상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졸업작품을 후순위에 두었다.

(좀 더 치열하게 해서 기한 안에 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딱히 후순위로 뒀던 것에 후회는 안 한다.)

 

결국, 마감이 늦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도 나는 졸업작품을 붙잡고 있는 것을 힘겨워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내 글이 못났고, 졸업작품이 못났다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려웠다.  내 주제였던 불이학교에 대한 생각도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서론의 대명사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항상 마무리에 서툰 나. 졸업 작품마저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음울했다. 그러나 기한이 넘었다고 하여 졸업 작품을 마무리를 못한 채 졸업하고 싶지는 않았다. “졸업하기 이전에 한 가지의 결과물을 내는 것”. “2년 동안의 불이생활을 돌아보는 것에 의미를 뒀었던 졸업 작품을 늦었지만 마무리하려고 한다.`

 

1학기의 과정 속에서 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연습을 했고, 내가 감정적으로 힘들어도, 정해진 기한에 맞추는 연습을 했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내 생각을 글로써 풀어내는 연습을 했으며. 남이 무어라 하든, 내 졸업 작품을 가치 있게 생각하고자 했다.

내 졸업작품과 내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외에도 과정 상에서 얻은 건 여러가지가 있다.)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내 졸업 작품을 본인이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쌤들이 많은 조언을 주시겠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분명 있지만, 졸업 작품을 진행하는 것은 결국 본인이다. 많은 기대들을 다 채울 수는 없다. 너무 많은 것들을 넣고자 하기보다는, 내가 이 졸업 작품으로 하고픈 말이 무엇이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것에 초점을 맞추기를 바란다. 본인의 한계를 인정하고, 내 목표한 바를 내가 과연 진행할 수 있을까?도 미리 고민하면 좋겠다, (나는 너무 무리한 목표를 잡는 나 같은 친구들을 위해 조언한 것이고, 높은 목표를 잡아보는 시도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다음엔 꾸준한 시간을 정해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졸업 작품을 진행할 시간을 당신의 시간표에서 확보해놓길 바란다. 확보하고, 그 시간에는 꼭 진행하는 꾸준함을 키웠으면 한다.

또 힘든 거 인정하고, 당연히 힘들지만,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며 진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인내심과 끈기를 향상시킬 수 있을 좋은 경험.

언제 해보겠어?ㅎㅎ

 

그리고 나 잘 컸다.” 를 보여주는 게 졸업 작품 아닐까나. 잘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충분히 인정해주고. 결과물들이 썩 맘에 안 들 수 있지만. 결과물을 보면서 충분히 뿌듯해 해도 괜찮다. 수고했어. 토닥토닥.

 

다만,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 법.

너무 게으른 당신을 발견했다면, 이번 졸업 작품을 계기로 다음엔 부지런해져보자.

사회생활 나가면 얄짤 없을 수 있겠지만. 이런 거 배우려고 학교 다니는 거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인생 길다 길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2건 8 페이지
제목
박종성 아이디로 검색 2015.12.07 751
채영 아이디로 검색 2016.05.24 745
진아 아이디로 검색 2015.12.08 739
은수 아이디로 검색 2016.03.20 737
혜연 아이디로 검색 2017.09.26 736
혜연 아이디로 검색 2016.05.09 735
혜연 아이디로 검색 2017.12.04 735
폴라리스 이름으로 검색 2016.02.05 723
장예린 아이디로 검색 2016.03.14 723
최싱 아이디로 검색 2016.05.26 723
승윤 아이디로 검색 2016.03.12 716
최싱 아이디로 검색 2016.04.14 716
vhudio 이름으로 검색 2016.01.18 713
승윤 아이디로 검색 2016.05.29 710
우석 아이디로 검색 2015.12.08 709
월간베스트